현대 쏘나타 뉴 라이즈 가솔린 2L

"무심하게 타기 좋은 패밀리카"

LF 쏘나타의 부분 변경 모델. 뉴 라이즈라고 수식어 붙였지만 그냥 껍질만 바꾼 격이에요. 실제로도 바깥쪽이 확 변했습니다. 그래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완전한 신형인 풀 모델 체인지로 보기도 합니다. 문제는 변하긴 변했는데 못생기게 변했다는 겁니다. 딱 봐도 구리지 않나요? 이를 두고 사람들은 ‘쏘나타 역사 상 가장 못난 디자인’이라든가 ‘그랜저를 팔기 위한 현대의 계산’이라고 말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해석조차 아깝습니다. 이걸 디자인이라고.

얼굴을 빻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머지 부분은 장점들로 들어찼습니다. 2,000만원 대 예산 들고 가족이 함께 탈 만한 차를 추천해야 한다? 그렇다면 주저 없이 1순위에 올릴 수 있는 모델이에요. 말도 안 되게 널찍한 실내와 편한 관리, 적은 잔고장, 무난한 성능 등 좋은 점이 가득합니다. 더불어 뉴 라이즈로 넘어오며 지나칠 만큼 따분했던 실내가 제법 고급스러워진 것도 반갑습니다. 차에 크게 신경 기울이지 않고 편하게 탈 만한 녀석이 필요하신가요? 그럴 땐 역시 쏘나타가 '진리'입니다.

" 못생겼다는 의견 팽배한 껍데기 "

현대 쏘나타. 한때는 가족용 자동차의 상징으로 통했습니다. 적당히 먹고 살 만한 형편이 되면 으레 탈 만한, 흔하되 보수성 짙은 중형 세단이었죠. 그런데 이런 소리는 이제 한참 옛날 얘기입니다. 요즘 성공한 사람이 누가 중형차 타나? S클래스나 EQ900 타지.

사실 현대도 이걸 알고 있었습니다. YF 때 보여준 파격이 그 증거. YF는 보수적인 디자인의 LF보다 북미 반응이 좋았습니다. 결국 LF의 페이스리프트 때는 다시금 ‘젊은 쏘나타’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태어난 게 쏘나타 뉴 라이즈예요. LF 쏘나타의 페이스리프트 버전. 옆모습 빼고 닮은 구석 없애 변화의 폭 확 벌린 신형 모델입니다. 안개등과 데이라이트 자리에는 누런 벌브 대신 하얀 LED 끼웠고 전조등에도 LED 광원(옵션) 도입했습니다. 루나 그레이, 판테라 그레이 등 여러 인기 컬러를 그랜저 IG와 공유하는 것도 뉴 라이즈의 새 포인트입니다.

자, 이렇듯 ‘많이 변했다’는 관점에서는 인정합니다. 진짜 할 말은 지금부터예요. 거두절미하고 이게 정녕 좋은 디자인인가요? 딱 봤을 때 멋지다거나 예쁘다는 소리 안 나오지 않았어요? 문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통일성과 방향성. 일단 쏘나타의 성격은 여전히 패밀리카를 지향하잖아요. 그런데 스타일이 돌연 젊어져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그 방향성을 모르겠습니다.

둘째로 통일성. 옆모습은 차분하고 단정한 반면 앞뒤는 그 반대지요. 주황색 등산복에 번쩍이는 구두 신은 느낌. 앞은 모기처럼 옹졸하고 뒤는 눈만 큰 곤충, 요컨대 사마귀 같아요. 쏘나타 자체의 매력은 여전한데 오히려 디자인 때문에 손이 안 가게 만들어 놨습니다. 대개의 여론도 그런 듯. 차라리 선대 모델이 낫다는 말이 많죠. 심심한 건 사실이었지만 못나진 않았었으니까요. 이 때문에 익스테리어는 50점을 주기도 아까울 지경입니다.

" 메탈 소재 도입해 한층 고급스러워져 "

안쪽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종로구 사무실 같던 구형 디자인에 장식 여럿을 입혀 기능과 디자인을 아울렀어요. 이를테면 90년대 스타일의 4 스포크 운전대가 쏘나타 터보의 그것처럼 스포티하고 간결해졌습니다. 계기판 그래픽을 한층 화려하게 바꾸고 바늘에 메탈 포인트를 더한 점, 기어 노브 디자인을 그랜저 IG처럼 한 것도 긍정적입니다. 플라스틱 일색이던 센터페시아 버튼들에는 메탈 페인트를 입힘으로써 최신 유행을 따랐습니다. 필자가 구형 LF 쏘나타, 이른바 구 라이즈를 5개월 정도 탔었는데 그 차랑 비교하면 한 급 위로 다가올 정도예요. 혹자는 돌출형 내비게이션 품은 그랜저 IG보다 쏘나타 뉴 라이즈 인테리어가 더 낫다는 평가를 했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의견이었죠.

참,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 디스플레이 같던 기본 오디오 디자인이 달라진 것도 너무 반갑습니다. 기본형 바로 위 등급인 스마트부터는 아예 7인치 컬러 디스플레이가 들어가 내비게이션 안 넣어도 어색해 보이지 않게 됐죠. 검정 시트를 인기 높은 브라운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뉴 라이즈의 장점. 65만원의 스타일 케어를 넣으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LED 헤드램프와 18인치 휠, 블랙 천장 내장재까지 몽땅 따라오니까 추천할 만합니다.

팁 두 가지 드릴게요. 일단 ‘가성비’에 대한 접근으로 기본형인 스타일을 살 경우 51만원짜리 인조가죽시트 옵션을 꼭 넣으세요. 스마트키가 따라오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인조가죽 질감이 웬만한 천연가죽만큼 괜찮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직물로 출고돼서 계속 후회할 듯. 아울러 최고급형인 프리미엄 스페셜에 들어가는 인조가죽 클러스터 페시아. 이거 여기저기 널린 부품 몰에서 1만원 대에 살 수 있으니 출고 후 DIY하는 것 추천합니다. 기존 플라스틱 부품 뽑아내고 빼면 끝이라 DIY랄 것도 없죠. 운전자에게 늘 보이는 부분이라 감성적인 만족도가 높아질 거예요.

직선주행

" 가속보다 효율 중시한 세팅 "

파워트레인은 총 5가지입니다. 택시와 렌터카로 적잖이 팔리는 LPi부터 효율 강조한 1.7L 디젤 터보, 1.6L 가솔린 터보, 퍼포먼스형 2.0L 가솔린 터보, 2.0L 자연흡기 가솔린(CVVL)까지. 변속기는 2.0 터보의 6단 AT가 8단으로 바뀐 것만 빼면 그대로입니다. 다만 주력인 2.0L 자연흡기 가솔린은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살짝 낮아졌어요. 163마력, 20kgㆍm으로 페이스리프트 이전보다 5마력, 0.5kgㆍm 약해졌습니다. 가장 주력 모델인데, 이유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일상에서 느낄 만한 차이는 아니에요. 분명한 건 구매자 입장에선 유쾌하지 못할 겁니다. 신모델임에도 구형보다 힘이 약하니까.

LF의 누우 CVVL 엔진은 연료를 흡기 포트 쪽에 분사하는 ‘포트분사식’을 고수합니다. 포트분사 엔진은 최근 널리 쓰이는 직분사 엔진과 달리 고압의 연료 분사 소음과 고압펌프 소음이 없어 한결 정숙합니다. 이보다 더 큰 장점은 엔진을 오래 쓸 수 있다는 것. 직분사식 엔진은 흡기 포트 쪽에 카본 찌꺼기가 끼기 쉽지만 포트분사식은 그럴 염려가 적거든요. 결국 직분사에 비해 엔진을 깨끗한 상태로 오래 쓸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직분사 방식이 연비와 출력에 유리한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쏘나타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런 거 살짝 양보하고 내구성과 정숙성을 챙기는 게 낫지 않을까요? 대개의 소비자들도 쏘나타에 직분사 엔진이 올라가지 않은 걸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아이들링 때는 정말 조용합니다. 이때의 정숙성은 쎄타 2.4L 직분 엔진의 그랜저 IG보다 더 나은 듯. 파킹(P)이나 중립(N) 단이라면 진동도 0에 수렴합니다. 다만 초대 LF부터 존재했던 주행(D) 단에서의 떨림은 여전합니다. 뉴 라이즈가 조금 적어진 건 사실이지만 말이죠. 동호회 쪽에서도 이러한 ‘D딸’ 관련 불만이 참 많은데 신형도 개선되지 못한 게 아쉽네요. 그럼에도 진동과 소음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은 인정할 만합니다. 깡통 안에 탄 듯했던 YF 쏘나타랑 비교하면 아주 좋아졌지요.

가속할 때의 느낌은 ‘갑갑하다’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이른바 ‘제로백’은 딱 10초 정도 나옵니다. 이 정도라면 갑갑한 수준은 아닌 게 사실. 그런데 이건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얘기잖아요. 문제는 평소의 가속감입니다. 일상에서 속도 붙이면 무척 무거운 차를 모는 기분이 듭니다. 이유의 80%는 엔진보다 변속기에 있습니다. 으레 변속기는 저단을 유지할수록 속도를 쉽게 붙입니다. 저회전에서도 힘이 좋은 디젤과 달리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엔진 회전과 힘이 비례)이라면 더욱 그러하지요. 한데 LF의 6단 AT는 고단으로 너무 빨리 넘깁니다. 가속력보다 연비와 부드러움을 챙긴 세팅인 것.

이 때문에 신호 받고 액셀러레이터 페달 살살 밟아 차체를 발진시키면 ‘왜 이렇게 안 나가냐’는 생각이 듭니다. 가속 페달 반응 예민해지는 스포츠 모드로 다니면 좀 낫지만 그럴 때의 동력성능도 결국 한 세대 전 중형차의 범주에 머뭅니다. 따라서 가속성을 중시한다면 1.6 터보나 2.0 터보라는 대안을 보는 게 낫습니다. 특히 2.0 터보 버전이라면 새로운 8단 AT까지 올라가서 효율도 꽤 좋아졌으니 추천할 만합니다.

곡선주행

" 운전재미 없지만 코너링 한계 높아 "

YF 시절의 거지 같던 운동성과 핸들링, 승차감 모두 획기적으로 개선됐습니다. 요컨대 YF의 운전대 감각은 로지텍이 만든 오락기용 휠을 감는 것에 가까웠지요. 반면 LF는 BMW의 80% 수준까지 따라잡았습니다. 사실 BMW의 EPS(전자식 스티어링) 감각도 완벽하진 않지만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차(BMW) 수준에 따라가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라고 해석해야 합니다.

승차감도 훌륭합니다. 노면의 큰 충격과 작은 충격을 잘 거릅니다. 그러면서도 필요한 정보를 운전자에게 잘 전달하죠. 18인치 휠 사양이거나 타이어 공기압이 높을 경우 이따금 ‘통통 튄다’는 느낌을 자아내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17인치 이하 휠에 적정 공기압을 유지하고 있는 쏘나타라면 “국산차 중 승차감이 가장 좋은 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앞뒤 좌석 모두에서 좋은 승차감을 연출하는 걸 긍정적으로 봐야 합니다. 이보다 더 좋은 승차감을 원한다면 그랜저 IG보다는 제네시스 G80까지 넘어가야 합니다. 그만큼 쏘나타가 급에 비해 승차감이 좋다는 소리예요.

가장 칭찬할 부분은 코너링 특성. 코너링 '성능' 말고 '성향'을 말하는 겁니다. 결론 먼저 말해 막 몰아도 절대 뒤쪽이 미끄러지지 않는 게 인상적입니다. 쏘나타 같은 전륜구동 차들은 뒤가 돌아버리면 80% 이상 대형 사고라고 봐야 하거든요. 일단 리어가 흐르면 잡기 아주 힘들고, 설령 잡으려고 하다 보면 차가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 버리는 리버스 스티어로 이어져 더 큰 사고가 나기 때문이죠.

다행히 쏘나타 뉴 라이즈는 뒤가 아주 굳건하게 버텨줍니다. 전반적인 코너링 특성이 약한 언더스티어(안정적)이면서도 결코 오버스티어의 영역으로 넘어가지 않는 게 묘합니다. 아울러 운전하는 맛은 밍밍할지언정 실제 코너링 스피드가 빠른 게 인상적입니다. 그래서 랩타임이 잘 나오죠. 와인딩에서 몰아 보면 의외로 기울어짐(롤)도 거의 없습니다. 이 모든 사실은 현대차 연구원들이 LF 개발할 때 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일 겁니다.

안전장비

" 자율주행 관련 장비가 고작 130만원 "

충돌테스트는 현재(2017년 7월)까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아직 나온 지 얼마 안 된 차라서. 이럴 때는 기존 모델인 LF 쏘나타의 결과를 참고하면 됩니다. 디자인이 다르지만 뼈대가 같고, 신형 차로서 오히려 안전 면이 보강됐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역시나 세계 여러 충돌 시험 중 가장 까다롭다고 평가 받는 IIHS의 시험 결과를 보면 안심할 수 있습니다. 2017년형 쏘나타 기준 스몰 오버랩을 포함한 전 항목에서 최고 등급(G)을 받음으로써 2017 탑 세이프티 픽에 뽑혔어요. 15~16년에도 탑 세이프티 픽과 탑 세이프티 픽+를 획득했으니 안전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설령 현까라도요.

안전에 관한 장비가 충실한 점도 훌륭합니다. 운전석 무릎 에어백과 정면 에어백들, 시트 옆쪽 사이드에어백, 옆 창 쪽 커튼에어백까지 총 7개의 에어백이 전 트림 공히 기본입니다. 차체 자세 제어장치, 경사로 밀림 방지, 급제동 경보, 하체 상해 저감 시트벨트, 앞좌석 후방 충격 저감 시스템까지도 기본형부터 빠짐 없이 들어갑니다. 요즘 현대차는 안전장비 차별하는 못된 버릇을 완전히 버린 듯합니다. 오히려 쉐보레나 르노삼성이 악질이에요.

능동적 안전장비를 풍성히 장비한 것도 장점. 기본형 바로 윗급인 ‘스마트’부터 현대 스마트 센스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요. 여기에는 추돌 사고를 줄이는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과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 부주의 운전 경보 시스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포함돼 아주 매력적입니다. 130만~158만원에 불과한 가격도 굿.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으로 사고 한 번만 막아도 본전 뽑는다는 계산이 나오죠. 결국 쏘나타 뉴 라이즈 사실 분들은 신차든 중고차든 간에 ‘스마트 센스 패키지’를 빼먹지 않는 게 좋겠네요.

편의장비

" 리어 커튼과 AVM까지 갖춘 여유 "

‘옵션’이 부족해서 고급차를 산다는 말이 안 먹히는 차입니다. 타사 기함 급에 들어갈 만한 사치스런 장비도 맘껏 넣을 수 있기 때문. 물론 그에 상응하는 돈을 내야 하지만요. 가령 뒷유리 전동 선블라인드나 도어 쪽 수동식 커튼을 달 수 있습니다. 차의 주변을 한 화면에 보여주는 어라운드 뷰 시스템이나 뒷자리 열선, 1열 통풍 시트도 가능합니다.

오토 홀드, 즉 신호 대기 때 브레이크 페달 안 밟고 있어도 되게 하는 것과 여기 따라오는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도 당연합니다. 최신 IT 장비에 해당하는 블루링크 시스템(스마트폰-자동차 연결)과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도 갖췄습니다. ‘돈’이라는 전제가 붙지만 원한다면 쏘나타부터 이런 장비들을 넣을 수 있다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 긍정적입니다. 회사나 가족 눈치 때문에 좋은 차 타기 힘들어 쏘나타 사야만 한다고 쳐 보세요. 그런 분들께 얼마나 좋은 선택지겠습니까.


Source from http://noogoo.me/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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